무엇이 논란인가
2020년 10월, 쿠팡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하던 고(故) 장덕준 씨가 숨졌다.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흐른 2026년 10월 22일, 고용노동부가 7개월간의 기획감독·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쿠팡이 장씨의 과로 실태를 조직적으로 축소하려 했고, 당시 대표이던 김범석 의장이 직접 이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5년)가 이미 만료됐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 성립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부는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정황은 확인됐는데, 처벌은 못 한다." 이 결론이 논란의 핵심이다. 유가족과 노동계는 늑장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노동부는 현행법의 한계를 설명하며,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눈에 보는 입장 비교
| 시각 | 핵심 주장 | 대표 근거 |
|---|---|---|
| 비판 측 (유가족·노동계·야당) | 노동부가 5년간 미온적으로 조사해 공소시효를 허비했고, 쿠팡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 고발장 접수(2025년 12월) 이전에 이미 공소시효(2025년 10월) 종료 |
| 면책 측 (검찰·노동부) | 은폐 정황은 확인했으나 현행법상 산재 은폐죄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공소시효도 만료됐다 | 산안법상 은폐죄는 당국 보고 방해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쿠팡은 중대재해 발생 보고는 했음 |
| 제도 개혁 촉구 측 (전문가·시민사회) |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가 잘못을 확인했으며, 제도 공백을 메우는 입법이 필요하다 | 노동부 장관 "제도상 공백·정합성 문제 검토에 들어갔다" |
비판 측 (유가족·노동계·야당)
비판 측은 이번 결과를 "예고된 면죄부"라고 규정한다.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 김혜진 씨는 "장씨 사망 직후부터 노동부를 수차례 찾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며 "노동부가 5년간 적극적인 방조 행위를 해 쿠팡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즉, 조사 지연 자체가 공소시효 만료를 사실상 허용한 결과라는 논리다.
야당 측도 국정감사장에서 같은 맥락의 의구심을 제기했다. "미국의 압박에 의해 노동부가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을 정도다. 비판 측이 보기에, 고발장 접수(2025년 12월)보다 공소시효 만료(2025년 10월)가 두 달 앞섰다는 사실 자체가 행정의 실패를 보여 준다.
비판 측이 문제 삼는 구체적 정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김범석 의장이 메신저로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
- 쿠팡 관계자들이 CCTV를 분석해 장씨의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대화하기 등 비업무 장면을 시간별로 정리
- 근로복지공단 조사 과정에서 영상 내용과 다른 진술을 한 정황
- 합의금·관리자 면담을 통해 노동자가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유도한 정황
이 모두가 노동부 조사로 확인된 사항이지만, 비판 측은 이에 걸맞은 형사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면책 측 (검찰·노동부)
노동부와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된 2025년 12월 당시 이미 공소시효(2025년 10월)가 끝난 상황이었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수사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로 의율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행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외부 누설을 막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가 있어야 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쿠팡 측은 중대재해 발생 보고 자체는 했기 때문에,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팡 측도 이 지점을 활용해 반박한다. 쿠팡은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어떠한 외교 문제나 로비 개입도 없었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밝히며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장관은 "확립된 판례에 근거해 기소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 외 작용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감독에서 과태료 부과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위반 항목 | 건수 | 조치 |
|---|---|---|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 205건 | 61건 사법처리, 144건 과태료 |
| 산재조사표 미제출·지연 | 25건 | 과태료 부과 |
| 안전장치 미설치 등 | 59건 | 수사 대상 |
|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 10건 | 적발 |
| 휴게시설 설치·관리 부적정 | 6건 | 적발 |
| 과태료 합계 | - | 19억 6,000여만 원 |
제도 개혁 촉구 측 (전문가·시민사회)
세 번째 시각은 형사 책임의 유무보다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스스로도 국정감사에서 "기소까지 가지 못했지만 분명히 잘못된 행위였다는 것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처벌과 도덕적·행정적 잘못의 확인은 별개라는 논리다. 장관은 이어 "수사하며 알게 된 제도상 공백이나 정합성 문제는 정비 검토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혁 촉구 측이 주목하는 지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 요건이 지나치게 좁아, 사실상 은폐 정황이 확인되어도 처벌이 어렵다
- 공소시효가 5년(일부 해석에 따르면 3년)으로 짧아 늑장 조사만으로도 기소 가능성이 소멸한다
- 조직적 은폐 지시가 확인되어도 형사 처벌 경로가 막힌 현행 체계는 억지력을 갖기 어렵다
쟁점별 근거 대조
| 쟁점 | 비판 측 | 면책 측 | 제도 개혁 촉구 측 |
|---|---|---|---|
| 은폐 정황의 실재 여부 | 노동부 조사로 확인됐으므로 처벌해야 한다 | 정황은 확인됐으나 법적 은폐죄 요건은 미충족 | 정황 확인 자체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다 |
| 공소시효 만료 책임 | 노동부의 5년간 미온적 조사가 원인 | 고발장 접수 자체가 시효 만료 후였다 | 짧은 공소시효가 구조적 문제다 |
| 김범석 의장 지시의 법적 평가 | 산재 은폐 지시로 형사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 쿠팡은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 | 행위 자체의 잘못과 법적 처벌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
| 불기소 배경 | 미국 기업이라 처벌이 약해진 것 아니냐 | 미국 외교·로비와 전혀 무관하다 | 현행법의 구조적 한계가 근본 원인이다 |
| 향후 방향 | 재수사 또는 입법 책임 추궁 | 별도 산재 은폐 의혹 2건 추가 조사 예정 | 산안법 은폐죄 요건 확대·공소시효 연장 입법 필요 |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
확인된 사실
- 장덕준 씨가 2020년 10월 쿠팡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 후 사망했고, 2021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 김범석 의장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취지의 메신저를 보냈고, 노동부가 이를 확인했다
- 쿠팡 관계자들이 CCTV를 분석해 비업무 장면을 시간별로 정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 근로복지공단 조사 과정에서 영상 내용과 다른 진술이 있었다
- 합의금·면담을 통해 산재요양 신청 취하를 유도한 정황이 확인돼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 노동부는 산안법 등 위반 205건을 적발, 19억 6,000여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의견 송치가 결정됐다
확인되지 않거나 다툼이 있는 주장
- 비판 측 주장 - "노동부가 5년간 적극적으로 방조했다": 노동부 측은 고발장 접수 이후 수사를 이어갔다고 설명하며 방조 사실을 부인한다
- 비판 측 의구심 - "미국 정부의 압박·로비가 처벌에 영향을 줬다": 김영훈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전혀 무관하다고 명시적으로 부인했다
- 쿠팡 측 주장 - "부적절한 지시는 비위행위로 해고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다": 노동부는 해당 지시를 독립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증거 자료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 PIP(성과향상프로그램)를 통한 해고 사례: 노동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 쿠팡-쿠팡로지스틱스 간 불법파견 의혹: 노동부는 "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퇴사자 명단의 외부 공유(취업방해) 의혹: 명단 작성은 확인됐으나 외부 공유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