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저는 주디터로서 재테크·산업 트렌드를 볼 때 "숫자 뒤에 무엇이 있는가"를 먼저 따지는 편입니다. 최근 한식 세계화 관련 지표는 겉으로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2026 한식대축제 현장에서 옥동식 셰프가 남긴 말은 그 숫자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죠.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한 문장이 오늘 글의 출발점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0월 23일부터 사흘간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일대에서 '2026 한식대축제(HANSIK FESTA)'가 열렸습니다. 사흘간 방문객은 7만 5000여 명에 달했고, 축제 첫날에는 제1회 한식 컨퍼런스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이 행사의 배경이 된 제도적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한식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매년 10월 24일이 법정기념일 '한식의 날'로 지정됐고, 해당 날부터 1주간은 '한식 주간'이 됩니다. 완성과 조화를 상징하는 숫자 '10'과 '24절기'를 결합한 날짜 선정이라고 합니다.
컨퍼런스 연사로 나선 옥동식 셰프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시작한 돼지곰탕 전문점 '옥동식'을 뉴욕·파리·도쿄까지 확장한 인물입니다. 2018년부터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2023년에는 뉴욕타임스가 꼽은 '뉴욕 최고의 요리 8선'에 돼지곰탕이 선정됐습니다. 현재 5개인 해외 매장은 내년 10개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왜 중요한가
한식 세계화의 현황을 수치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지표 | 수치 |
|---|---|
| 해외 한식당 수 | 123개국 189개 도시, 1만 6532개 |
| 한식 인지도 (외국인) | 68.6% (전년 대비 +2.9%p) |
| 한식 호감도 | 71.4% (전년 대비 +2.2%p) |
| 한식 경험자 만족도 | 94.2% |
출처: 2025 해외 한식당 현황조사·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만족도 94.2%라는 숫자는 인상적입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의 거의 전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니까요. 문제는 "아직 한식을 알지 못하는 해외 소비자도 적지 않다"는 점, 그리고 급격한 양적 팽창 과정에서 품질 편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테크 시각으로 보면, 한식 세계화는 단순한 문화 홍보를 넘어 외식 산업·식재료 수출·한류 콘텐츠와 연동되는 복합적인 산업 기회입니다. 그만큼 기초가 흔들리면 브랜드 자산 전체가 훼손될 리스크도 큽니다.

쟁점
1. '현지화'의 오해 - 레시피를 바꾸는 것은 현지화가 아니다
옥동식 셰프가 가장 강하게 경계한 것은 현지화라는 이름 아래 한식의 본질을 바꾸는 행위였습니다.
"장을 안 쓰고 미소를 쓴다든지, 스리라차를 쓴다든지, 그런 식으로 변형을 해버려요. 그건 잘못된 거죠."
그가 제시한 현지화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 바꿔도 되는 것: 채소·고기 등 식재료, 주방 시스템·위생 법규, 현지 주방 환경
- 지켜야 하는 것: 장과 양념, 맛의 방향, 한식의 철학과 조리 마인드
이 선을 지키지 않으면, 파리의 한 식당처럼 부대찌개가 다국어 번역을 거치며 '아미(Army)찌개'로 메뉴판에 오르는 식의 왜곡이 생깁니다. 소비자가 한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신뢰도도 장기적으로 손상됩니다.
2. 자극적인 맛이 '한식의 대표 얼굴'이 되는 문제
또 하나의 쟁점은 자극적인 맛의 과잉입니다. 옥 셰프는 국내외 한식당에서 달고 짜고 매운 자극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경향을 지적했습니다. 이 자극이 한식 본연의 맛으로 잘못 소개되면, 한식 전체의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3. 인력 부족과 교육 인프라의 공백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청된 것은 사람과 교육자료였습니다.
- 해외 한식당에 교육된 한식 인재 파견 필요
- 다국어(영어·스페인어 등)로 된 표준 한식 레시피 부재
- 외국인 인재를 한식 조리에 참여시키고 교육할 체계 미흡
옥 셰프의 뉴욕 매장에서 4년 근무한 외국인 직원이 "저보다 김치를 더 잘한다"는 사례는, 국적보다 교육과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정부는 10월 20일 '해외 한식당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과제 | 주요 내용 |
|---|---|
| 우수 한식당 지정 확대 | 고급 중심에서 대중 한식당까지 확대, 향후 5년간 1000곳 지정 (추천 900곳, 우수 100곳) |
| 다국어 교육자료 보급 | 한식 표준 매뉴얼 다국어 제작 및 보급 |
| 한식 디지털 라이브러리 | 조리·위생·식재료 관리 콘텐츠, 2027년 하반기까지 구축 |
| 글로벌 한식 아카데미 | 온라인 플랫폼 운영 |
| 인력 연계 | 한식 전문인력 양성 사업 '수라학교' 교육생·수료자를 해외 한식당 채용 수요와 연계 |
| 식재료 공급망 | 국산 식재료 B2B 물류 지원 및 수출 공급망 확충 |
출처: 농식품부 '해외 한식당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현장이 요구한 다국어 교육자료나 인력 연계 문제가 정책 과제에 포함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해외 현지 비자 문제처럼 국내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옥동식 셰프 본인의 전략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한식 전체를 알리기보다 돼지곰탕 한 그릇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것입니다. 스시가 알려지면서 일식이 부각되고, 쌀국수(Pho)가 알려지면서 베트남 음식이 세계 무대에 오른 방식과 같습니다. 뾰족한 대표 메뉴 하나가 카테고리 전체의 문을 여는 전략입니다.

결론
저는 주디터로서 이번 자료를 검토하며, 한식 세계화가 이제 '알리기'에서 '지키기'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시점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지도·호감도·만족도 수치는 모두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한식당이 빠르게 늘면서 품질 편차와 정체성 혼란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현장의 진단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부 정책이 교육 인프라와 인력 연계에 집중하는 것은 방향이 맞습니다. 다만 정책이 현장에 실제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잘못 굳어진 이미지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식 세계화는 외식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재료 수출, 관광, 콘텐츠 산업과 맞닿아 있는 복합 산업 이슈입니다. 그 기초를 어떻게 다지느냐가 앞으로 5년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