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저는 주디터로서 재테크·산업 분석 글을 쓸 때 "기초과학 뉴스"를 자주 건너뜁니다. 수익과 직결된 느낌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025년 5월 16일에 발표한 2차원(2D) 반도체 제작 기술 관련 소식은, 반도체 공급망과 투자 지형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읽혔습니다. 오늘은 이 기술이 무엇인지,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재테크 관점에서 차분히 뜯어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5년 5월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BS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 조문호 단장(POSTECH 석학 교수) 연구팀이 2차원 반도체를 원자층 단위로 가공하는 '모듈형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 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같은 날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에 게재됐습니다.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핵심 원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기존 방식 | 이번 기술 |
|---|---|---|
| 소자 구성 방법 | 서로 다른 물질을 한 장씩 쌓음 | 원자를 선택적으로 치환해 원하는 물질로 변환 |
| 공정 복잡도 | 높음 (적층·정렬 필요) | 낮음 (하나의 박막 내에서 처리) |
| 대량 생산 적합성 | 어려움 | 대면적 공정 확장 가능성 확인 중 |
| 전극 접합 에너지 장벽 | 약 100meV 수준 (일반론) | 35.5meV (약 1/3 수준) |
연구팀이 사용한 소재는 p형 반도체 이셀레늄화텅스텐(WSe₂) 입니다. 텅스텐(W) 원자층을 셀레늄(Se) 원자층이 위아래로 감싼 구조인데, 셀레늄 원자를 산소·황·텔루륨으로 바꾸면 물질의 전기적 성질 자체가 달라집니다.
- 셀레늄 → 산소 : 절연체(산화텅스텐, WOₓ)
- 셀레늄 → 황 : n형 반도체(이황화텅스텐, WS₂)
- 셀레늄 → 텔루륨 : 준금속 전극 접합층(이텔루륨화텅스텐, WTe₂)
이 방식으로 하나의 박막 안에 반도체·절연막·준금속 전극 접합층을 모두 구현했고, p형·n형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은 상보형 인버터 도 1볼트(V)의 낮은 전압에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재테크 맥락에서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실리콘 반도체의 '미세화 장벽'을 우회하는 경로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수십 년째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여 왔습니다. 그런데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누설 전류·발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층 두께에서도 전류를 제어할 수 있어, 이 한계를 돌파할 후보 소재로 꼽힙니다.
둘째, 공정 단순화는 곧 비용 구조 변화입니다.
기존 2D 반도체 소자 제작은 얇은 물질을 한 장씩 옮겨 쌓는 방식이라 대량 생산이 어려웠습니다. 이번 기술처럼 하나의 박막 내에서 원자 치환으로 공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장비·공정 단계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팀도 "웨이퍼 크기의 대면적 공정으로 발전"을 다음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론적 성능 지표도 눈에 띕니다. 전류를 10배로 바꾸는 데 필요한 게이트 전압 변화량이 61.3밀리볼트 로, 상온 기준 이론적 최솟값(약 60mV)에 근접했습니다. 켜짐·꺼짐 전류 비율은 1000만 배 이상 으로 측정됐고, 절연막의 등가산화막두께(EOT)는 1나노미터 미만 으로 국제 반도체 로드맵 목표 수준을 달성했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쟁점
물론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실험실과 양산 사이의 간격
이번 연구는 학술 성과로서의 완성도는 높습니다. 그러나 실험실 수준의 소자 구현과 반도체 팹(Fab)에서의 대량 양산 사이에는 통상 긴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연구팀 스스로도 "대면적 공정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아직 로드맵 단계입니다.
소재 공급망 변수
이번 기술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텅스텐(W)·셀레늄(Se)·텔루륨(Te) 등은 현재 실리콘 중심 공급망과 다릅니다. 새로운 소재 공급망이 구축되려면 별도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일반론적으로도 지적되는 과제입니다.
기술 국산화와 특허 경쟁
IBS와 POSTECH 연구팀이 핵심 특허를 선점한다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동일한 방향으로 연구 중인 해외 기관과의 특허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 공개된 자료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연구팀이 밝힌 다음 단계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양한 2차원 반도체 소재로 기술 적용 범위 확대
- 웨이퍼 크기의 대면적 공정 개발
- 3차원 적층형 집적회로 등 차세대 반도체로의 응용 탐색
재테크·산업 관점에서 저는 주디터로서 세 가지 흐름을 계속 추적할 생각입니다.
- IBS 및 관련 연구팀의 후속 논문·특허 출원 동향 -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구체화되는지 가늠하는 선행 지표가 됩니다.
- 국내외 팹리스·파운드리의 2D 반도체 투자 발표 - 실제 산업화 타임라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국제 반도체 로드맵(IRDS) 업데이트 - 이 기술이 공식 로드맵에 반영되는 시점이 상용화 논의를 앞당기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 IBS 연구는 기초과학의 성과이지만, 재테크 관점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변수입니다. 원자 치환 방식으로 하나의 박막 안에 트랜지스터 구성 요소를 모두 구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차세대 반도체 공정 패러다임의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주디터로서 한 가지를 분명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초과학 성과가 산업·투자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이 기술 하나만을 근거로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빠르게 베팅하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대신, 반도체 소재·공정 기술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더 유용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